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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호] 신청하지 못한 사람들: 복지제도는 누구를 놓치고 있는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완)
관리자(직원전체) │ 2026-02-06 HIT 1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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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하지 못한 사람들: 복지제도는 누구를 놓치고 있는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태완
현 정부 들어 사회복지에 대한 이슈를 보면, 특징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 정책과 관련하여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2025년 6월 새 정부가 시작된 이후, 경제성장과 외교적 성과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며, 사회복지정책 방향은 아직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못하다. 또 하나는 사회복지 방향에 대해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 사회복지제도가 가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글에서 담고 있는 신청주의의 폐단과 더불어 AI 등을 활용한 복지방안이다.
신청주의는 복지급여를 받고자 하는 대상자가 읍면동, 시군구나 관련 행정기관(국민연금공단 등)에 복지급여를 직접 신청하도록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8월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신청주의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였으며, 이후 정부와 학계에서 신청주의가 가진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문가 간의 논쟁은 노대명 박사와 남찬섭 교수 간에 있었던 의견이다. 노대명 박사는 현 신청주의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환경과 복지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신청주의를 폐지하고 자동지급의 형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반면 남찬섭 교수는 복지사각지대 문제는 신청주의로 인한 문제이기보다는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로 발굴되어도 지원할 복지제도가 없어서가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학자가 신청주의에 대해 지적한 것을 보면, 일견 다른 지적으로 보일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는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시차와 제도의 문제가 극복된다면 두 학자가 제시한 문제와 대안은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복지사각지대, 위험 상황에 직면한 취약계층이 정부나 공공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신청),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과 노대명 박사가 지적한 것처럼 위험에 처하거나 위험이 장기화되는 취약계층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여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 AI 등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어 이를 활용한 실시간소득파악, 공공기관 간 DB 연계 등을 통해 사전, 사후적으로 위험가구를 발굴할 수 있으며, 즉각적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발굴 이후에 발생하게 된다. 현재 복지급여는 중앙정부 368개, 지방정부 4,562개에 이르고 있으며, 사회보험을 포함 시 그 범위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위험, 위기가구가 발굴되고, 미래 신청주의가 극복되어도, 발굴된 위험 경험자에게 지원할 복지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신청주의 문제로 지적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기준 중위소득 32% 이하(생계급여)이어야 하며, 의료나 주거 등을 받기 위해서는 기준 중위소득 48% 이하이어야 한다. 이를 넘어서면 각 급여가 가진 조건(소득, 재산, 위기조건, 지역 등) 등에 부합되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다른 복지급여를 받기 위해 해당 기관에 방문하여 초기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낙인이나 좌절감 등을 경험하게 되면, 취약계층은 더 이상 복지급여를 신청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하게 된다.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위기대상으로 선정되어도 지원 복지급여가 없다 보니, 공공기관 직원의 방문자체를 꺼리거나, 담당 직원 역시 사실확인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신청주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복지급여가 부족하고 위험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 또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청주의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보편성과 대상 포괄성이 많은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과 사회보험(고용보험 구직급여, 국민연금 노령연금, 근로장려금 등) 제도는 행정 시스템 간 연계를 통해 우선 신청주의를 폐지하는 과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선별성이 강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자산조사를 기초로 하는 제도는 복잡한 소득‧재산 기준의 선정기준을 완화함으로써 제도 운영의 효율성과 위험 가구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신청주의 극복을 통해 위험 대상이 발굴되어도 지원해 줄 제도가 없으면, 역시 신청주의 극복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공공부조 중심의 복지급여를 다층화하고, 복합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득과 서비스 보장이 연계된 사회복지제도 마련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서비스 대상 중심의 복지급여에 더해 위험 발생 시 누구나 복지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복지제도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 인구 위기 등과 같은 전환 속에서 사회복지제도가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제도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쏘아 올린 신청주의 극복과 더불어 복지급여 제도에 대한 현실진단을 통해 사각지대 없는 복지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