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2호] 재난사회복지, 재난 속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전선 ((주)라이프라인 코리아 대표 김동훈)
관리자(직원전체) │ 2025-11-21 HIT 58 |
|---|
|
|
|
재난사회복지, 재난 속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최전선
(주)라이프라인 코리아 대표 김동훈
‘재난사회복지’, 국내에서는 사회복지사들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이다. 재난은 주로 ‘행정’이 책임지는 영역이고, 민간이라면 ‘적십자사’나 ‘희망브릿지(전국재해구호협회)’, 지역사회에서는 ‘의용소방대’, ‘자율방재단’ 등의 단체가 있어 ‘사회복지’와는 별개의 영역이라고 생각되곤 한다. 그럼에도 지역사회의 재난위기 때마다 사회복지기관들이 역할을 하는 경우는 계속 있었다. 화재나 풍수해가 났을 때 사회복지시설이 대피소로 쓰이기도 했고, 임직원들이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근래에는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무더위쉼터로 지정되어 역할을 하는 곳도 많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국가급의 재난상황을 거치면서 사회복지계에서도 재난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복지분야의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한 담론이 일어났다.
2023년 4월에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 5차 개정안의 ‘사회에 대한 윤리기준’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재난과 국가 위급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굳이 ‘재난사회복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지금은 재난위기 속에서 사회복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든 응답해야 할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계 일부에서는 재난일상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인 ‘(사)더프라미스(The Promise)’는 2022년 동해안 산불 때 강원도 동해시의 이재민 대피소에 한국 최초의 재난복지팀을 파견하여 역시 국내 최초 사례가 되는 재난현장 노인돌봄쉼터를 운영했고 현재까지도 재난 때마다 재난약자 돌봄사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의 사회복지계는 재난사회복지사의 조직적인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의 재난복지사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몇 년간의 발전 과정을 거쳐 2025년에는 입문-심화-모의훈련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교육훈련 과정을 완성하였다. 내년부터는 D.W.A.T(디와트. Disaster Welfare Assistance Team)라는 재해현장파견 사회복지팀을 실제 재난현장에 투입하게 되며, 대구와 경남 등 타 지역에서의 재난사회복지체계 확산 사업도 시행하게 된다.
재난현장에서의 이재민들의 생활을 본 사람들이라면 피난 생활 와중에 재난약자들이 방치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피소 등의 재난현장에는 장애인, 노인, 아동, 이주민 등 다양한 재난 약자 계층이 있지만 현재 국내의 재난대응시스템으로는 이들에 대한 지원체계라는 것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지원체계가 없다는 것은 곧 방치된다는 것이고 그들의 고통은 개인화된다는 것이다. 행정은 전체 피해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가정하고 표준적인 재난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난피해자들의 세세한 욕구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주체를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사회복지계에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의 활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의 심리적 문제를 다루는 상담 위주의 활동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재난피해자들은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존재로써 이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그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사례관리’가 필요함에도 국내에서는 사례를 거의 볼 수 없다. 재난대응 사이클로 보았을 때는 재난 극초기의 ‘긴급구호’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회복단계 그리고 피해입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공동체 회복 등 여러 후속단계의 과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공백상태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설마 그렇게까지 우리나라에 아무 것도 없을까 의심이 든다면 재난현장에 한번 가보시기를 권장한다. 꼭 무언가 구호활동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재난약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시라는 것이다. 아마 여러분들 자신이 무언가를 직접 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대신해 줄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재난약자들의 고통이 개인화되고 방치되는 현실은 재난피해자들을 각각이 처한 입장에 따라 보지 않고, ‘이재민’이라는 동일한 욕구를 가진 개인들의 집합체로 대상화하여 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사회복지계는 구호물품 전달이나 노력봉사와 같은 표준적인 구호 차원을 넘어, 재난의 기본적 대응 단위를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로 재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는 재난으로 와해된 개인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아 주며 자원을 연결하는 사람이 되면서, 동시에 이웃 간의 관계망을 복원하고, 취약계층이 지역사회 내에서 함께 생존하고 회복할 수 있는 자조적인 공동체를 재건하는 지원자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재난사회복지는 재난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최소의 안전장치인 동시에,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공동체의 힘'을 복원하는 회복 기제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누군가 이런 일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해줄 사람은 우리 사회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