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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호] 폭염 속에서 마주한 이중의 돌봄 (광명시립소하노인종합복지관 전담사회복지사 송재일)
관리자(직원전체) │ 2025-07-16 HIT 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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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에서 마주한 이중의 돌봄 -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전담사회복지사가 바라본 생활지원사의 현실 -
광명시립소하노인종합복지관 전담사회복지사 송재일
올해 여름은 예년보다도 훨씬 더위가 일찍, 그리고 강하게 찾아왔다. 기상청은 7월 초부터 폭염주의보를 반복 발효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온열질환자 수가 작년 대비 약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거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독거노인의 경우 냉방기기 부족, 에너지 비용 부담,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인해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내가 담당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이러한 취약 노인을 대상으로 생활지원사가 직접 방문하거나 유선으로 안부를 확인해 고독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작 노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생활지원사들 또한 혹서기 속에서 적절한 보호 없이 업무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되기 쉽다. 이 칼럼에서는 현장의 상황을 바탕으로 생활지원사들의 실태와 개선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생활지원사의 근무 실태와 여름철 겪는 어려움 현재 생활지원사의 기본 근무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근무시간: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총 6시간, 점심시간 포함 시 실근무 약 5.5시간) * 중점돌봄대상자: 가사지원 및 외출동행, 월 20시간 (생활지원사 당 평균 1~2명) * 일반돌봄대상자: 대면 말벗 및 유선 안부확인, 주 1회 30분(생활지원사 당 평균 11~12명) 하지만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이 기본 업무에 모든 대상자에 대한 안전 확인 업무가 추가된다. 특히 주말에도 예외 없이 전수 확인이 요구되며, 폭염 해제 시까지 반복된다. 사실상 폭염이 길어질수록 생활지원사의 근무 강도도 덩달아 높아지는 구조이다. 전담사회복지사로서 바라본 세 가지 주요 문제점과 대안 1. 휴게공간의 부재 생활지원사는 대부분 실외를 이동하며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하지만 거리나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 과정에서 쉴 곳이 마땅치 않다. 폭염 아래 그늘 한 점 없이 걷고, 잠시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는 편의점이나 마트, 카페에 들어가 냉방시설을 잠깐 이용하기도 하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 공적 차원의 ‘휴게 거점’ 마련이 절실하다.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하여 권역 단위로 생활지원사를 위한 ‘무더위 쉼터 겸 업무지원 공간’을 지정하는 것을 제안한다. 2. 활동지원물품의 한계 기관 차원의 생수, 휴대용 선풍기, 쿨토시 등은 여름철 필수 물품으로 제공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인 생존 장비에 불과하다. 반복되는 외근 속에서 이 물품들은 빠르게 소모되거나 효과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냉방 휴게공간이 없다면 땀이 마를 틈도 없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기상 특보 발효 시 생활지원사의 일정 축소나 유연 근무제 도입 등 지자체와 협의하여 근무 구조 자체를 조정하는 대책이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3. 주말 안전 확인의 경직성과 대상자의 불편 현재 지침에 따라 주말에도 안전 확인을 실시해야 하는데, 광명시의 경우 확인 보고 시간이 오후 1시와 3시로 고정되어 있다. 이는 일부 어르신들의 종교 활동 시간과 맞물려 불편함을 야기하고, 이에 대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수 확인이 모든 상황에서 효율적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대안으로 고위험군에 한정하여 확인하거나, 생활지원사와 사회복지사가 협의하여 유연하게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형식보다 실질이 중요한 시점이다. 사람을 돌보는 사람도 보호받아야 한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앞으로도 폭염과 이상 기후는 반복될 것이다. 어르신들의 안전은 곧 생활지원사의 노동 조건에서 출발한다. 지금처럼 사람을 돌보는 사람에게 ‘버텨내기’를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인 돌봄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 생활지원사들은 단순 업무 수행자가 아닌, 우리 사회의 가장 외곽에서 복지안전망을 유지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와 유연한 현장 대응이 뒷받침될 때, 그 돌봄은 더욱 정교하고 지속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