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칼럼

[제30호]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영케어러(Young Carer)를 아시나요? (관계공감연구소 김연정 소장)

관리자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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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돌봄아동청소년, 영케어러(Young Carer)를 아시나요?


   관계공감연구소 김연정 소장



영케어러, 낯선 단어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가족 중 누군가를 돌보아야만 하는 역할을 맡은 청소년, 청년을 부르는 명칭이다.
그러나 그 영케어러는 우리가 이름 부르기 오래 전부터 이미 우리 주변에 있어 왔다.

 

몇 년 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 나오는 지안’(아이유 분)은 여섯 살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조손가정의 아동

영케어러이다. 장애부모를 돕는 비장애자녀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본다

이들도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간단한 집안 심부름부터 나중에는 가족의 생계에 도움 되는 이른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기까지

이들 역시 영케어러이다

한부모가정에서 바쁜 부모를 대신해 동생의 밥을 챙기고 학습을 챙기는 아동, 역시 영케어러이다

다문화가정에서 한국어에 서툰 부모를 대신해 구청, 기관, 주민센터의 일을 도맡고 있다면 이 아동 역시 영케어러이다.

 

작가 조기현은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자신의 삶을 <아빠의 아빠가 됐다>(2019)라는 책으로 우리 사회에서 영케어러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내었다. 우리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대구의 22세 청년 강도영(가명)은 아버지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집으로

모셨다가 극도의 경제적 궁핍 상황에서 고립되었다

부르기 전에는 이 방에 들어오지 말라라는 아버지 말에 따른 이 청년은 현재 아버지를 방치한 혐의로 존속살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청년 영케어러의 모습이다.

 

2022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주돌봄 청년은 13세 

이상 34세 이하의 연령대에서 0.8%~1.4%의 규모로 추정된다.

 

가족이니까 가족을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돌봄은 사랑의 노동이라고도 한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문제, 정동적 돌봄 그것이 영케어러의 속성이다

나의 가족이니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가 돌보고 싶은 마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돌봄은 돈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고 공간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것들을 사회서비스로 환치한다면 국가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가족돌봄, 영케어러의 문제를 착한 아이’,‘돌봄을 받았으니 이제는 갚아야한다는 가족 안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청년미래센터>를 중심으로 영케어러에 대한 통합지원을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영케어러를 위한 입법은 

논의 중이다. 대신 기업, NGO단체, 복지기관, 지자체에서 서둘러 단기간 지원대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적은 예산과 대상에 대한 

명확한 규준이 마련되지 못해 일회성 서비스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가족돌봄 전담지원 사업 시범사업 중인 인천, 울산, 충북, 전북의

경우 연 최대 200만원의 자기 돌봄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교육장학금, 금융, 주거, 법률, 일자리 등 필요 서비스를 연계를 지원 

내용으로 가동 중에 있다.

 

하지만 <청년미래센터> 하나로 영케어러의 복잡하고 다양한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이 함께 공동의 협력으로 조력해야 가능한 것이 바로 영케어러의 가족돌봄 지원 대책이다

학교나 학교사회복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가족을 돌보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영케어러의 발견이 먼저 필요하다

가족을 돌보니까 착하다가 아니라 일상적인 아동들의 행위에 비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영케어러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적절한 개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역의 여러 복지기관들이 영케어러의 가족에 대해 통합사례관리의 개념으로 돌봄이 

필요한 장애, 질병, 노령, 성인양육자의 부재 등에 대해 서비스 개입을 고려하고,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영케어러의 심리, 정서적 지원,

가족의 돌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영케어러의 위기 상황에 긴급 개입 등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영케어러 가족돌봄은 지역에서 많은 서비스가 지원되기를 바란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안정적으로 가족을 돌볼 수 있으며

영케어러가 괜찮은 일자리에서 나의 미래를 위한 선택과 돌봄을 잘 병행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여러 복지기관 서비스들이 잘 조직화하여

돌보는 사람을 돕는 생태체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