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칼럼

[제15호] 나를 되돌아본 시간,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해외봉사(남경희 시흥노인전문요양원 사회복지사)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 2023-08-18

HIT

254




 



나를 되돌아본 시간,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해외봉사



시흥노인전문요양원 사회복지사 남경희



즐거웠던 첫날의 관광과 더워도 너무 더웠던 기관 탐방, 페인트 봉사 등 우여곡절 끝에 봉사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침 8시 로비에 내려와서 보니 다들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얼굴은 밝았다페인트 봉사를 위해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학교에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곳에 모여있는 것을 보는 건 오랜만이라 깜짝 놀랐다전교생이 500명 정도 되는 작은 학교라고 하는데 체감상 1,000명은 되는 것 같았다.

교장 선생님이 우리 일행을 아이들에게 소개해주자 아이들의 얼굴에는 즉각 기대감 가득한 웃음이 어렸다.

우리 일행과 눈을 마주치면 쑥스러워 하며 몸을 뒤로 숨기기도 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우리들은 각자의 포지션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내가 속한 제기차기 팀은 제기를 3번 기회 안에 5개 이상을 차면 열쇠고리를 주기로 하였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1개도 간신히 차는 모습을 보였다. 저학년 아이들은 구경하는 것도 즐거워했다. 알록달록한 깃털 제기를 손에 들고 예쁘다고 쳐다보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였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온 힘을 다해 날린 각양각색의 신발이 날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신발 던지기팀.

날린 신발을 찾으러 가는 모습들이 재미있어 서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줄넘기 팀에서 계속 줄을 돌리는 선생님들의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 했다.

그늘도 없어 매우 더웠는데, 작은 몸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줄을 넘는 아이들은 더위도 잊은 듯했다.

 

풍선 팀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풍선왕관을 쓰거나 풍선칼을 든 아이들이 신나서 뛰어다녔다.

풍선칼을 든 남자아이들이 칼을 휘두르고 높이 치켜들며 의기양양해 했다.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의 풍선을 할머니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할머니들도 손녀, 손자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흐믓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빵과 물을 나눠주었다아이들은 두 손을 모아 감사하다고 하며 합장을 했다.

신나게 놀고 간식까지 받은 아이들의 얼굴은 빛이 날 정도로 밝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라 늘 삶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입장에 있다나의 일상은 이별과 마지막을 대하는 숙연함으로 가득하다.

너무 많은 죽음 속에서 지쳐가던 나에게 프놈박 초등학교에서의 봉사는, 삶에 대한 희망과 즐거움, 기쁨으로 가득한 순수한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있던 삶에 대한 감사를 느낄 줄 아는 마음을 되돌려 주었다몸은 더위에 지쳐 너덜너덜했지만 영혼은 감사와 즐거움으로 배불렀고 충만했다.

 

점심 식사 후 우리는 주정부와의 만남을 위해 이동했다. 우리가 일정 내내 보고 들었던 캄보디아의 현지 문제를 더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의 시소폰 지역은 젊은 노동인구의 해외 유출로 인해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조부모의 손에 맡겨져 크고 있으나

조부모들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돌봄에 공백도 생기고 노후된 학교시설이나 비위생적이고 자주 수몰되는 주거지 등의 문제가 심하다고 했다.

 

거기에다 킬링필드 등 고유의 역사로 인해 아직도 매설된 지뢰가 많아서 농업 국가임에도 농사도 마음껏 짓지 못하고 놀리는 토지가 많다고 한다.

지뢰로 인해 장애인 비율도 높다고 했다. 열심히 현황을 설명하는 반떼이민쩨이주 부지사 겸 중앙정부 직속 사회부 국장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캄보디아는 여전히 힘든 나라였다.

 

우리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좋은나무 국제학교, 따꼬마을, 다일공동체, 희망그룹홈 등의 단체에 방문했다. 어떤 비영리단체는 20년도 넘게 캄보디아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장 소진될 때는 안타까운 클라이언트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아닐까,

그래서 캄보디아에 와서 20년도 넘게 노력한 다일공동체를 보며 나는 감탄했다.

여전히 캄보디아는 힘든데 가난한 캄보디아의 상태를 알면서도 비영리단체 직원들은 희망을 이야기했다. 자신들의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표정이었다. 그들을 생각하며 나는 나를 생각했다. 복지사에게는 항상 도움이 필요한 다음 클라이언트가 기다리고 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다시 다음 클라이언트를 맞이하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급여 때문만은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복지사가 되었다. 나의 보람과 긍지는 거기에서 나온다.

 

이번 캄보디아 봉사를 통해 나는 내 스스로의 자아상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내 스스로의 자아이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나만의 특별한 생각이 아니라 복지사라면 다 해볼법한 생각이므로 복지사로서의 자아일지도 모르겠다.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에서 이런 봉사여행을 기획한 것이 바람직했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너무 힘들었지만 다음에도 또 가고 싶은 봉사활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