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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호] 노동개혁의 시행 배경, 사회복지 현장도 입장을 가져야 할 때(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 2023-03-17 HIT 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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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의 시행배경,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 방안을 둘러싼 공방 사회복지 현장도 입장을 가져야 할 때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 방안을 상징하는 표현은 “일주일 120시간 노동”이었다. 2021년 7월 대권주자였던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이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난 뒤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 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한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노동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우선 ‘주 52시간제’라는 용어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엄연히 ‘주 40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다. 1989년부터 주 44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했고, 2004년부터 7월부터 1,000명 이상 사업장에 주 40시간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52’라는 숫자를 굳이 사용하고 싶으면 ‘주 최대 52시간제’라고 표현해야 한다. 2022. 6. 23. 이정식 노동부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임금체계를 연공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해 7. 18.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했고, 이 연구회는 5개월 뒤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라는 긴 제목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 “주 최대 92시간 노동이 가능해지고 이론상으로는 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노동부에서는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휴식제도를 적용하면 실제로는 주 7일 일하는 경우에는 80.5시간, 주 6일 일하는 경우에는 69시간 노동까지는 가능하다”라는 해석을 제시하며 공방을 주고받기도 했다.
올해 3. 6. 이정식 노동부장관은 비상경제장관회의가 끝난 뒤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한다는 것인데, 근무일 사이에 11시간 휴식을 부여하면 한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 결론이다.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자 불과 며칠 뒤인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동법 개정안이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체마다 수십·수백·수천 개에 이르는 직무를 단시간에 일일이 평가해 그에 따른 임금을 책정하기도 어렵거니와 직무급이 정착된 나라에서도 같은 직무 안에서 연공에 따른 차이를 세분화하고 있어 한국 사회에 연공서열과 관계없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가 정착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 그런데도 왜 정부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노동개혁 방안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라도 국회에서 노동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노동운동 세력과 야당이 야합하여 노동개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여당이 과반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최소한 내년 총선 전까지는 노동개혁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칼럼은 저자 개인의 의견이며 협회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