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칼럼

[제7호] 나는 40대 사회복지사입니다(조혜은 회원)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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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이웃의 삶의 여정에 함께하는 우리


안산시초지종합사회복지관 조혜은



사회복지사로 일한지 어느덧 21년이 되었습니다. 23살 복지관에 입사하여 다양한 사업의 경험으로 여러 주민들을 만나왔고, 

지역의 동료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열매 맺어 가고있는 사회복지사 조혜은입니다.

언제 세월이 이렇게 오래 되었나 생각되면서도 지나고 보니 숫자가 무색할 만큼 사회복지사로서의 하루하루 

한 해 한 해는 저에게 매번 새로운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신입 사회복지사일 때는 선배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피고 배우며 지내느라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났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과 실제 일하는 현장은 너무나도 다른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대학 생활 4년간의 배움과 학습의 결과는 어디에 갔는가..이론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날들이었고, 

그저 실수하기가 두렵고 떨려서 오히려 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위축되고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입사 7개월쯤 되었을 즈음, 담당하고 있던 사례관리 대상 어르신이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고 제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평소 우울감이 높아 이웃들과 왕래도 많이 없으셨던 어르신, 

늘 가정방문을 가면 집안에 바람이 들어오는게 싫다며 온 창문이며 입구를 긴 커텐으로 막아놓아 어둡고 침침했던 그곳의 공기와 어르신의 힘없는 표정, 

어색했던 미소도...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내가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었으면 어르신이 그러지 않으시지 않았을까?", 

"나는 왜 바쁘다는 이유로 지난주에 방문을 안갔을까..", "이게 사회복지사의 현실인걸까? 나는 계속 사회복지사로서 일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과 의문들로 당시의 아픔을 견뎌내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도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저는 여전히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 시도를 통한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 환희와 분노, 무한긍정과 무기력함 등 수많은 파도와 잔잔함이 오고갔던 시간이었습니다.


말은 참 쉽습니다. 삶과 죽음 그 여정에 한 순간이었다고... 짧은 한마디로 말하고 표현하기에는 시간의 정도에 상관없이 우리 사회복지사들은 

이렇게 이웃들의 삶의 여정에 오롯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웃들의 삶에는 희노애락이 모두 숨겨져있는데 아무래도 사회복지사들은 힘들고 슬프고 견디기 힘들 때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그 시간들을 그 상황들을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것이 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분들의 삶에 작은 불씨 하나, 작은 희망 하나, 작은 강점하나 발견해내고 복돋우며 지지하며 

함께 보폭을 맞추어 걷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 건강이 최고라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도 같다고

저는, 사회복지사들이 건강하게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바쁜 행정업무가 우리를 가로막지만 따스한 햇살도, 시원한 바람도, 알록달록 물드는 단풍도, 소복히 내리는 하얀 눈도, 하루하루 우리의 눈과 마음에 담고 지내길 바랍니다. 어느 직업군보다 건강한 몸, 건강한 생각, 건강한 마음, 건강한 행동, 건강한 말이 가득한 우리 사회복지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보듬는 직업이 사회복지사입니다.

나 스스로를 먼저 보듬고, 내 가족을 보듬고, 내 동료를 보듬고, 내 이웃을 보듬는 사회복지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새로운 내일 마주하는 나와 가족과 동료와 이웃들을 더욱더 따스히 보듬는 사회복지사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