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칼럼

[50호] 9년의 기다림 끝에, 현장에 닿은 처우개선비

관리자(직원전체) │ 2026-07-16

HIT

443

 

 

 

 

 

 

9년의 기다림 끝에, 현장에 닿은 처우개선비

 

파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센터장 이수진

 

현장의 인정이 만들어 낸 희망

2026년, 파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묵묵히 견뎌온 우리 사회복지사들에게, 드디어 처우개선비 지급 대상 확대라는 단비가 내렸기 때문입니다. 무려 9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이 변화는 단순한 급여상의 숫자 변화를 넘어, 우리가 땀 흘려온 시간과 가치를 사회로부터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우개선비는 단순히 급여에 더해지는 몇만 원의 수당이 아닙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이 존중받고 있는지, 그 기관이 사회복지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습니다.

 

파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 가까이에서 상담과 사례관리, 가족역량 강화, 장애인 가족 돌봄 및 휴식 지원, 인식 개선 및 지역사회조직 등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기관의 운영과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다른 사회복지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시설 운영기준에 맞춰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실적을 관리하고, 이용자를 만나고, 위기 상황에 대응했습니다. 때로는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어 장애인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했고,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하며 복지의 빈틈을 메웠습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우리 센터의 법적·행정적 분류는 ‘사회복지시설’이 아닌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이었습니다. 같은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사회복지사가 근무하고 있음에도,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경기도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비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9년을 기다렸습니다.

 

여기는 처우개선비가 없나요?

처우개선비 지급 제외는 종사자들의 일상에 생각보다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저연차 사회복지사들에게 처우의 차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였습니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사회복지기관 사회복지사와 급여명세서를 비교하게 될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허탈함이 생겼습니다. “하는 일은 비슷한데 왜 우리는 받지 못하나요?”라는 질문에 기관장으로서 명쾌한 답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낮은 처우는 결국 종사자의 이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렵게 업무를 익히고 이용자와 관계를 형성한 사회복지사가 더 나은 처우를 찾아 떠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한 사람이 퇴사하면 남아 있는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과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종사자의 이직은 기관 내부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자신의 사정과 가족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도 불편과 심리적 부담을 주었습니다.

 

심지어 신규 채용된 사회복지사가 처우개선비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출근을 포기한 일도 있었습니다. 채용 절차를 모두 마치고 근무를 시작하기로 한 사람이 첫 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 기관이 느낀 당혹감과 상실감은 컸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도 어려웠습니다. 저연차 사회복지사에게 매월 지급되는 처우개선비는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며, 앞으로 일할 기관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사람을 붙잡아둘 수 있는 조건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늦게 도착한 처우개선비, 그러나 그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2026년부터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비 지급 대상이 확대되면서 파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들도 처우개선비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변화였기에 기쁨은 더욱 컸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이 처우개선비를 받게 되었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우리의 노동도 사회복지 현장의 노동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은 때때로 제도 밖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애인과 가족을 만나고, 위기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복지 안전망을 만들어 가면서도 행정적 구분 하나로 처우개선 정책에서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급 대상 확대는 그러한 경계와 사각지대를 조금이나마 해소한 결정입니다. 기관의 명칭이나 시설 유형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종사자들이 어떤 책임과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지를 정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기관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주시고,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해 준 과정에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변화는 협회와 당사자 기관들이 함께 문제를 제기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습니다.

 

처우개선은 복지서비스의 질을 지키는 일입니다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은 종사자 개인만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닙니다.

정부 역시 2026년 제1차 처우개선위원회를 통해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율 향상, 저연차 종사자 처우개선, 지원 대상 시설 확대와 대체인력 지원사업 개선 등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이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핵심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도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결국 사람을 통해 전달됩니다. 종사자가 안정적으로 근무해야 이용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로 종사자가 계속 바뀐다면 기관의 경험과 전문성은 축적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장애인 가족지원은 단기간의 개입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장애인의 생애 주기와 가족의 변화에 따라 장기간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장기근속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처우개선비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숙련된 사회복지사가 현장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투자이며, 이용자의 권리와 서비스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약속입니다.

 

‘동일업무 동일처우’를 향한 다음 걸음

올해 처우개선비 지급 대상이 확대된 것은 분명 반갑고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처우개선의 완성은 아닙니다.

앞으로는 사회복지시설과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제도적 차이를 더욱 세밀하게 살펴야 합니다. 기관의 법적 형태나 소관 부서, 보조금의 종류에 따라 종사자의 임금과 수당, 경력 인정, 교육과 휴가 지원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같은 자격을 갖고 비슷한 책임과 업무를 수행한다면 최소한의 처우 역시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동일 업무 동일 임금의 원칙이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실질적으로 구현될 필요가 있습니다.

 

저연차 종사자에 대한 지원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에 대한 열정과 기대를 가지고 현장에 들어온 청년 사회복지사들이 낮은 처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나는 현실을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적정한 임금과 수당, 체계적인 교육과 슈퍼비전, 충분한 휴식과 대체인력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처우개선 정책의 수립 과정에 현장 종사자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정책이 마련된 이후 현장에 전달되는 방식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종사자와 협회,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제도의 경계에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만들어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기다림이 또 다른 기다림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9년 만에 받은 처우개선비는 우리 센터 사회복지사들에게 경제적인 지원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변화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회복지사들에게 건넨 늦었지만 반가운 응답이었습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번 지급 대상 확대가 일회성 변화에 머물지 않고,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모든 사회복지사의 노동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관의 유형과 명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서로 다른 처우를 감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 다른 기관의 사회복지사들이 자신들의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 다시 9년을 기다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회복지사가 존중받는 현장은 이용자가 존중받는 현장으로 이어집니다. 종사자가 안심하고 오래 일할 수 있을 때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더욱 안정되고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처우개선비 지급 대상 확대가 모든 사회복지사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누구도 제도 밖에 남겨두지 않는 사회복지 현장을 만드는 든든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