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칼럼

[제48호] 복지 국가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다.

관리자(직원전체) │ 20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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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가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다

: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정책 참여와 정치 세력화

 

사회적협동조합 더행복나눔이사장                  

경기도사회복지사협회 기획정책위원장 박운주

 

 '현장 전문가’의 부재가 부른 복지 정책의 위기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우리 사회에서 전문성을 상징하는 이 명료한 문구는 각 분야의 고유한 지식 체계와 경험이 존중받아야 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의 영역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복지 정책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보다는 거시적인 통계와 행정적 편의, 그리고 정치적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복지 현장의 최일선에서 위기 가정을 발굴하고,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클라이언트와 마주하는 사회복지사는 단순한 서비스 전달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균열이 발생하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실천적 전문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결정의 핵심 테이블에서 사회복지사의 자리는 늘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현장을 모르는 이들이 설계한 복지 국가가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 사회복지분야의 정책에서 늘 소외되는 사회복지사의 정책 결정 참여는 불가능한 것인가? 이제 우리 사회복지사가 이러한 물음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사회복지 정책을 만들어나가는데 전문가로서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여전히 현장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회복지사의 전문적 정책 참여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떻게 실천해 나가야 할지 고민할 때입니다. 

 

 전문가로서의 정책 참여: 실천 지혜(Practical Wisdom)의 제도화
 "현장은 데이터보다 정교하다."
정부의 복지 통계는 수치화된 현상을 보여 주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의 경험은 통계적 수치 이면의 삶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기준의 완화가 실제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에게 어떤 심리적·실질적 문턱으로 작용하는지는 오직 현장을 지키는 사회복지사만이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정책 참여는 단순히 정부 자문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는 형식을 넘어서야 합니다. 필자는 다양한 정책 자문에 참여했지만 실제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못하는 현실에 자주 경험했습니다. 단순한 자문을 위한 참여를 넘어서, 정책의 의제 설정(Agenda Setting) 단계부터 집행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사회복지사의 현장의 경험과 실천의 지혜를 주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 전달 체계의 혁신과 전문가의 안목"
현재의 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는 공급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받는 수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가적 안목이 정책 수립 단계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복지사의 정책 참여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정책은 사회복지사에게"라는 구호는 단순히 권한을 달라는 외침이 아닙니다. 시행착오 없는 복지 국가를 만들기 위한 전문가적 양심에서 나오는 목소리입니다.

 

 '하나 된 목소리'를 위한 조직화: 파편화를 넘어 연대로
 "직능의 벽을 허무는 거대 담론의 형성"
그동안 사회복지계는 아동, 노인, 장애인, 정신건강, 지역복지 등 각자의 영역에서 분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능별 각개전투는 정책 당국과의 협상에서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각 분야의 특수성은 존중하되, '사회복지사의 지위 향상'과 '보편적 복지 확대'라는 거대 담론 아래에서는 단일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는 협회 및 단체들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회원의 복리후생을 챙기는 수준을 넘어, 싱크탱크(Think Tank)로서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정치권에 제안할 수 있는 대외협력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현장의 개별적인 고충을 정책 언어로 번역하고, 이를 체계적인 요구안으로 도출하는 내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정치 세력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정치는 복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엔진"
많은 사회복지사가 정치적 중립성과 윤리적 가치를 이유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복지는 본질적으로 자원의 배분 문제이며, 배분은 정치를 통해 결정됩니다. 복지 법안의 제정, 예산의 편성, 서비스 전달 체계의 개편은 모두 정치적 행위입니다. 우리가 정치를 외면할 때, 복지 현장은 정치적 수사(Rhetoric)에 이용될 뿐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없습니다.

 

 "권익 증진을 넘어 가치 실현을 위한 정치"
사회복지사의 정치 세력화는 단순히 종사자의 처우 개선만을 위한 이기주의적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전문가적 투쟁입니다. 우리가 정치적 힘을 가질 때, 비로소 클라이언트의 삶을 파괴하는 부당한 제도에 맞서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실천적 과제: 6.3 지방선거와 사회복지사의 역할

"지방자치의 핵심은 생활 복지"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사회복지계의 조직력을 시험하고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방정부는 복지 정책의 최종 집행자이며, 지역 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전략에 집중해야 합니다.

 

 첫째, 현장 출신 정치인을 배출해야합니다. 사회복지 실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장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설계자로 거듭나기 위해, 역량 있는 사회복지사 후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직적인 지지 기반을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복지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제안해야합니다. 지역별 복지 현안을 담은 공통 공약을 개발하여 각 정당에 제안하고, 이를 선거 공약에 반영하도록 압박해야 합니다. 단순히 요구하는 것을 넘어,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셋째, 유권자 조직화와 검증을 해야합니다. 사회복지사와 그 가족,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을 조직하여 강력한 투표 블록(Voting Bloc)을 형성해야 합니다. 후보자들의 복지 철학을 엄격히 검증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전략적 행동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사가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은 양적으로 팽창해 왔으나, 질적인 성숙과 현장의 만족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바로 '현장 전문가의 정책 주도성'입니다.

 

 "사회복지 정책은 사회복지사에게"라는 명제는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자, 동시에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약속하는 사회적 계약입니다. 우리가 하나로 뭉치고, 정치적 역량을 결집하여 6.3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때, 복지 국가는 비로소 튼튼한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정책의 주변인이 아닙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정책이 되고, 우리가 내는 목소리가 법이 되는 시대를 향해 나아갑시다. 동료 여러분, 연대의 힘으로 복지의 미래를 직접 설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