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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43호]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후위기 시대의 정신건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부실장 채수미)

관리자(직원전체) │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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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후위기 시대의 정신건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 부실장 채수미


 

기후위기는 정신건강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기후위로 폭염, 홍수, 산불과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이 증가하면서 기후위기는 우리의 생활 환경과 생계,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신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감정, 정서, 인지에 영향을 미치며 정신건강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직·간접적 경로를 통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 재난을 직접 경험하는 경우, 급성 스트레스와 외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폭염, 홍수, 산불과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하며,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 반응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영향은 재난 발생 직후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재경험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단일 사건 이후의 충격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재난 경험 속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는 특성도 가진다.

 한편, 직접적인 피해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정신건강의 영향은 발생한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부정적 정보와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타인의 재난 경험을 접하는 과정 자체가 불안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간접적·대리적 노출은 개인이 재난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통제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며, 불안과 무력감을 증폭시킨다. 기후위기는 공간적 거리를 넘어 인식과 정보의 차원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기후불안이라는 개념이 주목되고 있다.

 기후불안은 기후 시스템의 위험한 변화와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감정적, 정신적 고통을 의미한다. 이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기보다는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반응에 가깝다. 기후불안은 걱정, 불안, 무력감과 같은 감정으로 표현되며, 수면 장애나 집중력 저하, 일상 기능의 위축과 같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기후불안의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단순히 부정적인 기능만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의 기후불안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과 문제 인식을 높이고, 행동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불안이 과도해질 경우에는 문제 해결에 대한 회피, 무력감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다른 정신건강 문제와 결합될 위험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기후불안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기후불안은 기후위기가 사람들의 삶과 미래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에 가깝다. 반복되는 재난, 불충분한 미래 대응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무력감은 비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라, 변화된 조건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일 수 있다.

 

기후위기의 정신건강 영향은 사회적으로 불공평하게 나타난다.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적 부담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아동과 노인, 기존에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더 크게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출 정도와 회복 자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다. 기후위기는 정신건강 영역에서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신건강 과제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를 정확히 짚는 데서 시작된다.

 기후위기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는 재난 이후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과 함께, 심화되는 기후 재난과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취약성이나 적응 능력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기후위기로 인한 위해(극단적 기상현상)는 특정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반복적,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이에 대한 노출 역시 생활 환경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취약성, 위해, 노출이 결합되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부담이 형성되고 축적된다. 최근 논의되는 기후불안은 치료의 대상이기보다 기후위기가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 시대의 정신건강 논의는 불안을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단순화하기보다 그 발생 맥락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